한남대교 부근에서 찍은 야경.



강북보건소에서 보건증을 끊으려 했더니, 신분증이 없어서 쫓겨나고

월계동에서 자전거 점검을 끝냈더니 접촉사고와 낙상 때문에 도루묵이 되었고

체인이 프레임과 톱니 사이에 걸려 자전거포를 찾아 사근동고개를 걸어서 올랐으며

간신히 체인을 빼냈더니 기어 부분이 말을 안 듣고

중랑천으로 다시 들어가 집으로 가려 했더니, 엉뚱하게 한남대교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고

자전거도로를 대놓고 막으며 경적소리도 무시하는 커플들 때문에 신경질을 냈으며

보광동에서 이태원까지 안장에 오르지도 못하고 언덕을 오르내렸으며

전쟁기념관 앞의 얕은 내리막 길을 브레이크에 의지하며 슬슬 내려갔고

삼각지역의 커피숍은 왜 늦게까지 영업을 안 하냐며 성질을 내고

배를 두드리는 사람과 배를 움켜쥐는 사람이 공존하는 남대문을 지나

젊음의 거리라 불리우는 종로3가와 대학로를 빠져나와

지칠대로 지친 몸으로 미아리고개와 길음뉴타운을 간신히 올라간 뒤

집에 도착한 시각은 무려 11시 50분 경.



어제 하루, 무려 10시간 가량을 자전거와 함께 했습니다.

중간에 체인을 억지로 빼내지 말 것을 그랬나봅니다. 이렇게 힘들었을 것 같으면.

그리고 이렇게 난데 없이 길을 잃고 한강으로 들어가 생각없이 달렸을 것 같으면.


그래도,

이건 정말 의외였는데......

이렇게 곳곳을 돌아다니니까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그리고, 어제 만큼은 모터사이클을 타고 세계를 누볐던

Che가 된 것 같은 달콤한 착각을 맛보았습니다.


역시, 저는 어딘가로 열심히 돌아다녀야 뭔가를 깨닫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