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터미널을 아무리 뒤져봐도 여행안내용 팜플렛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얼결에 찾아간 곳이 바로 진남관. 그렇게 유명한 곳이었는지도 모르고 도착한 진남관은 시간의 흔적이 무엇인지를 고스란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곳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노인들을 보며 진남관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현대인들의 휴식처가 되는 것.

하지만, 색이 많이 바랜 기둥과 처마를 보며 왠지 측은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4년 뒤에 다시 찾겠다고 공언했는데, 그 때 까지 진남관이 지금처럼 위용을 세우며 자리를 지킬 있을까.

골목길이나 재래시장을 가면 왜 이렇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까. 비록 친구 하나 제대로 사귀지 못한 어린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기억으로 남는 것은 집 앞의 골목길 그리고 신창시장이었다. 집에서 10분도 넘는 거리를 걸어서 도착했던 신창시장. 정말 그 때에는 이마트니 킴스클럽이나 하나로마트가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자동차 세대에게 각광받지 못한 재래시장의 모습은 안쓰럽게 느껴질 뿐이다.

사진은 여수 서시장.

다음날. 돌산대교를 찾아가러 버스를 탔는데, 서시장 앞에서 멈춰섰다. 할머니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로 올라탔고, 나는 자연스레 자리를 비켜주었다.

서울시에서도 130번 버스를 타면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경동시장을 지나가는 버스 하나이기 때문에.

향일암에 가지 않으면 여수에 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야...... 라고 하면 과연 얼마나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지 모르지만, 향일암에서 바라본 바다의 풍경은 장관 그 자체였다. 부처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 순간 만큼은 부처님이고 뭐고 그저 창해 구경에 모든 마음을 집중하고 싶었다.

하산하는 길. 할머니가 가족 사진을 찍어주는 데, 사진 자체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조금 헤매시는 것 같아 내가 대신 찍어드리겠노라 나섰다. 다행히 사진은 문제 없이 잘 찍혔고, 헤어지는 순간 그 할머니가 "복 받으세요"라며 인사하시는 게 아닌가. 나도 덩달아 "감사합니다. 복 받으십시오"라 인사를 드렸다.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그 인연에게 들은 "복 받으세요"라는 인사......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 부근에 있는 부두. 바닷물에서 풍겨나오는 물냄새와 짠내, 그리고 비린내.

누군가에게는 사진이라는 이름의 재미거리, 누군가에게는 삶이라는 이름의 투쟁의 장.

더 마음것 그 냄새에 취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당분간은 그 냄새를 맡을 수 없는데.

빌딩숲에 사는 도시인이 바다냄새를 그리워하다니......

나, 좀 이상하다?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