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는 창동 하나로마트에서 일했었다. 새벽 시 즈음에 퇴근을 하면 라커룸에서 잠을 자면서 첫 버스가 나오기를 기다리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그냥 걷고 싶은 때가 있다면, 창동역에서 첫 차가 나오는 시각까지 계속 걸어가다가 첫 차를 발견하면, 그 차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었다. 귀로는 MD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락음악을 들으며.

2009년의 3월. 하루종일 내린 비의 영향인지 날은 제법 쌀쌀했다.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싫어서 장위동고개부터 집까지 걷기로 했다. 귀로는 MP3플레이어에서 나오는 무작위 음악을 들으며. 몸은 작년부터 생긴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 때문에 걸음걸이가 시원치 않았지만, 마음은 왠지 5년전의 그 때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 때가 생각난 것을 보니, 나름 지금에 만족을 못하고 있구나.


- 서울 강북구 송천동 어느 골목길에서.
태그 : 사진,에세이
아, 맞다! 여기, 책에서 보았던 것 같아!

What a Hip! Cafe 하는 카페 안내서 한 권을 작년 봄에 구입하여 읽어본 적이 있었다. 내심 "여기 적힌 곳들 중에서 내가 갈 곳이 몇이나 되겠어?"하며 무시해버렸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제너럴 닥터의 내부에 들어온 순간, 바로 이 책이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낮에는 병원이 같이 열고, 밤에는 카페 전용으로 개방한다는 그 곳!

밤중이라 병원업무는 하지 않고, 역시 카페로만 개방되고 있었다. 통일적이지 않은 의자와 테이블. 자유롭게 배치된 낡은 매킨토시들과 인형까지. 정말 곳이 병원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같이 즐기고 놀았던 만큼, 이번에도 사진으로 풀어보자.

아마 이 구급함이 이 카페가 병원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몇 안되는 상징이 아닐까.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미리 자리를 잡은 녀석. 반가워! =)


제너럴닥터 단골 손님 세희 군.


과연 이 표정의 뜻은? "친하게 지내자" 아니면 "잡아 먹어버릴꺼야"?


카메라가 쳐다본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눈을 감으며 Muscat 차를 마시는 트러블슈터.


매킨토시클래식 등 구세대 매킨토시컴퓨터 등이 같이 전시되어있다.


와앗! 고양이! 사다리에 검은고양이 타로가 있었는데, 이 녀석은 이름이 뭘까?


악보 그리고 아이팟터치. 왠지 이 사진은 참 느낌이 좋단 말야.


세 명은 제너럴커피(핸드드립)을, 나 시크한척 내맘대로 머스캣 허브티를.


- 카페 제너럴닥터에서, 2008년 12월 30일.
노래방과 고기 그리고 맛난 커피와 차를 함께한 키위양, 준이 그리고 세희에게 감사하며.
홍익대학교 근방에는 두 개의 지하철역이 있다. 2호선 홍대입구역과 6호선 상수역. 홍대입구역 근방은 혼자서도 충분히 쏘다닐 만큼 쏘다녀 보았다. 클럽에서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혹은 술자리를 위해. 상수역 근방은 그러지 못했다. 작년에 세계불꽃축제를 가서 홍대앞 노래방을 가기 위해 지하철에서 내렸던 것이 유일하게 상수역에 들어선 기억이니.

홍대입구역에서 상수역까지의 길들. '관찰력 부족한 방랑객' 터글씨가 보기에도 홍대앞은 무언가 표현하기 힘든...... 아, 정말 표현하기 힘드네! 어쨌든 왠지 흥미진진한 곳이었다. 작은 카페에서부터 팬시점들, 그리고 맛집까지. 여행지 등에서는 홍대입구에 대해 참 재미있게도 설명했는데, 나는 고작 "흥미진진해요!" 이 한 마디만 생각했다니. 좀 더 이 길들을 거닐고, 관찰력을 키우면 무언가 다른 표현이 생길까?

6시 20분 경, 상수역에서 고이고이님과 임시크님을 만났다. 우선 배부터 채워봅시다. 교자전문점인 고엔[五円]에서 맛나게 저녁을 먹었다. 마늘교자는 중독성 최강의 맛!

이 녀석이 고엔의 메뉴 중 하나인 "좋겠다". 마늘교자를 안 먹어봤어? 그럼 말을 하지를 말어!


홍대앞 놀이터까지 산책을 일행. 그리고 다시 고엔[五円]으로. 엥? 또 교자 먹으러 가냐고? 그게 아니라, 고엔 바로 옆에 아트카페 사다리(sADaRi)가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지. 고이고이님의 글들에서 자주 들어봤던 곳, 카페 사다리. 오오~ 그곳에 들어가게 되다니! +_+


고이고이님, 임시크님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장기하와 얼굴들'의 정중엽 님이 곳을 찾아오셨다.(정중엽 님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참았다. 일면불식인데다가 왠지 내가 뻘쭘해질 것 같아서? [야아!]) 아마 나머지 시간은 분위기에 취해? 혹은 커피에 취해? 그렇게 대화와 대화를 오간 것 같다. 무슨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나지만, 말하지 않으려고. 내가 예전에도 말했지만, 카페라는 곳은 Another World이니까.

다른 두 분이 아메리카노를 시켰을 때, 혼자 꿋꿋이 카페비엔나를 시키는 센스.


그런데...... 정말 사다리에서의 느낌? 이런 거는 왜 떠올리려고 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 걸까? 커피 맛도 좋았고, 실내도 무언가 아늑한 분위기인 것은 맞는데, 그것 외에는 잘 떠오르지가 않아. 너무 아늑하고, 너무 편한 느낌이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같이 찾아온 분들과의 대화에 열심히 집중하고 있어서 그 곳의 느낌을 읽을 여유가 없었을까?

아~ 몰라! 또 찾아가서 그 느낌을 제대로 느껴야지! 이 날 나의 관찰력은 10점 만점에 0점이다.

----------------------------------------------

스타벅스, 커피빈 등을 벗어나 흔히 '개인샵'이라 말하는 카페에 들어서면 저는 맛도 맛이지만, 그 곳의 분위기를 먼저 봅니다. 이 날의 주인공은 어쩌면 검은고양이 타로가 될 것 같네요. 창밖에 갑자기 나타나더니, 다른 손님의 의자에 앉아서 아예 버티고 잠을 자는...... 어찌 보면 귀엽고 어찌 보면 영악한 녀석! (결국 고이고이님이 잘 달래어 주인님 곁으로 갔습니다만.ㅎㅎ)

사다리는 갤러리카페 형식으로 운영되어서 전시도 같이 열리는 공간입니다. 싸이월드에 사다리 클럽이 있으니 자세한 전시일정 등도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찾아갈 수 있는 약도도 마련되어있습니다.(다만,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 나, 싸이 계정 밀어낸 지 2년 넘었는데.... 쩝!)

사다리(sADaRi)의 싸이월드 클럽 - http://club.cyworld.com/artsadari

여행은......

On The Road 2008/12/02 01:17
점심께에 대전에 도착해서 우암사적공원과 으능정이거리를 거닐고, 저녁에는 월드컵경기장까지 카메라를 들고 홀로 산책을 하였다. 저녁에 지인을 만날 예정이지만, 그 전까지는 여섯 시간 가량을 혼자 돌아다녔다. 먼길까지 와서 아무 카페에나 앉아 시간을 죽이기는 싫었다.

매번 나는 혼자 여행을 떠났다. 부산까지 시내버스만을 탔을 때에도, 여수를 갈 때에도, 지금 대전에 왔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혼자 남포동과 자갈치시장을 들낙날락거렸으며, 혼자 돌산대교 너머 향일암을 가기 위해 땡볕 아래에서 두 시간동안 버스를 기다렸으며, 혼자 대전월드컵경기장의 한 바퀴를 돌며 퇴색해버린 월드컵문양을 씁쓸히 지켜보았다.

낮과 저녁을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고 나서 밤에는 무얼 했더라...... 부산까지 가면서 댓글도 안 달리던 - 지금의 미투계정이 아닌 bittersweet란 이름의 미투계정이 있었을 때 - 미투에 댓글이 달리기를 기원하며 글을 끄적였다......

- 2008년 11월 20일, 유성온천 지하철역에서.


여수까지 와서는 밤차로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에 친구들과 실컷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날 대전에서는 궁동에서 미친들과 커피술닭을 함께 했다.

언제나 여행의 출발은 혼자였다. 그리고 돌아온 것도 혼자였다. 혼자서 행선지를 정하였으며, 혼자서 교통수단을 선택했으며, 혼자서 잠잘 곳을 결정했다. 선택의 폭이 넓어서 좋았다. 때로는 비싼 여관에 잘못 들어가거나 구식에어컨 때문에 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것 마저도 나는 즐겁게 받아들였다. 일에 치이면서 잊어버리고 잃어버렸단 자유로움을 잠시나마 누릴 수 있었으니까.

그 가운데에서 나는 혼자 있으면 외롭고 심심하고, 그래서 힘들다는 당연한 진리를 터득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내가 여행지에 와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 미투데이와 전화통화 그리고 실질적인 만남을 가진 것이었다. 혼자 떠나는, 혼자를 위한 여행에서 왜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려고 하는 걸까. 멀리 있는 친구들을 찾기 위해 컴퓨터를 사용했고, 전화기를 사용했다. "여행은 나를 찾는 행위"라며? 그런데, 왜 여행지에서도 나는 '남'을 찾았을까?


최근에 세 권의 여행지를 구입했다. 그 중 다카하시 아유무가 아내인 사야카씨와 함께 무작정 여행을 떠나며 기록한 글들을 책으로 엮은 "Love & Free - 뉴욕 에디션"은 독서를 마쳤다. 시인 최갑수 씨가 10년 동안 "떠돌며" 남긴 편린들을 엮은 "당분간은 나를 위해서만"은 현재 읽는 중이다. 아유무는 아내와 둘이서 무작정 떠났으며, 최갑수 씨는 (책 제목으로 보아서는) 혼자를 위해 무작정 떠났다.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지금 막 느낀 것이 있는데,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도 사람이 같이 하지 않으면 정말로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두 권의 여행기는 공통적으로, 사람과의 만남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록하였다. 나무와의 만남, 풀잎과의 만남, 바람과의 만남은 여행에서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아닌가. 따지고 보면 사람과의 만남도 여행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거늘......

일상이라는 세계에서 벗어나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는 기쁨. 어쩌면, 그것이 여행의 진정한 재미가 아닐까.


여행은 혼자 다닐 때 자유롭다. 다만,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재미는 없다.


- 2008년 12월 2일, 집에서.
이틀간의 휴무. 집에, 서울에 붙어있기에는 억울할 것 같아 무작정 대전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그리고 하루 저녁을 잡아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같이 뭉치기로 했던 사람들 - 명랑만화컨셉 누나, 레인 군, 쩌냥 등 모두가 궁동이라는 공통된 공간을 좋아하고 있었다. 대전이 초행이었던 터글씨에게는 너무나 반가운 소식!

충남대학교가 인접해있는 대전 궁동. 그 곳에서 쩌냥의 블로그에서 자주 소개되었던 카페 2pigs를 찾았다. 은은한 조명, 차분한 공간, 좋은 사람들, 그리고 맛나는 커피. 2pigs를 다녀간 것이 무려 일주일 전이어서 그곳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까마득할 뿐이다. 그저, 사람들과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커피를 마시고, 주변 경관을 즐기고, 삶을 이야기했다는...... 모호하지만, 그만큼 즐겁고 평화로웠다는 뜻이지.

잡설은 그만 하고, 이제 사진 보따리를 풀어보자꾸나. 하하~

사람들의 흔적 속에 아래 부분의 문구가 살짝 지워져있다. 그래도 제일 마지막의 "You are mine, forever!"는 참 인상적이다.-_-


왼쪽은 카페깔루아, 오른쪽은 아트가 새겨진 카페라떼.


내가 주문한 음료는 카페모카. 특이하게도, 생크림을 별도의 컵에 제공한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주변의 장식들. 건너편 자리에 고양이인형(?) 들도 찍고 싶었는데, 다른 손님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어서 미처 찍지 못했다. 뭐, 대전 미친들과의 이야기가 워낙 재미있게 흘러갔으니, 다른 테이블 쪽을 신경쓸 겨를도 없었지만.


잔해들ㅋㅋ 2pigs 때문에라도 대전에는 다시 가보고 싶다. 사람들도 또 만나고 싶어.^^



자투리 : 요즘 들어, '혼자 마시는 커피'를 자꾸 사진으로만 때우려 해서 나도 고민이다...... 아닌가? 혼자 카페에 들어가 여러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카페에게, 그리고 바리스타에게 배신을 하는 짓거리인가? 생각 따위 잊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쉬라고 만든 곳이 카페일텐데.

자투리 둘 : 같이 자리한 미친들의 인물사진은 허가를 받으면 올리겠습니다. 허가를 못 받으면? 안 올리는 거지, 뭐.